2007년 개봉한 원스(Once)는 감미로운 음악과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가 어우러진 독창적인 영화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우연히 만나 음악을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개봉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시간이 지나 2024년, 원스가 재개봉하면서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영화 속 음악이 어떻게 운명적인 만남을 이끌었는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그리고 원스가 왜 여전히 명작으로 남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해 본다.
1. 음악이 이끄는 운명적인 만남: 기타와 피아노가 만들어낸 인연
영화 원스는 더블린의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한 남자(글렌 한사드)와 체코 이민자 여인(마르게타 이글로바)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다. 남자는 낮에는 아버지의 청소기 수리점을 돕고, 밤에는 거리에서 자신의 감정을 담은 노래를 연주하는 뮤지션이다. 여자는 꽃을 팔며 생계를 이어가지만, 피아노 연주와 작곡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다.
이들의 만남은 음악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여자는 남자의 노래를 듣고 그가 평범한 버스커(거리 음악가)가 아니라, 깊은 감정을 담아 노래하는 진정한 아티스트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녀는 피아노를 칠 수 있냐는 질문에 “Yes”라고 답하며 그를 악기 가게로 데려가고, 거기서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이 장면에서 등장하는 노래 Falling Slowly는 단순한 듀엣이 아니라, 두 사람의 감정이 처음으로 교감하는 순간을 상징한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되고,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이 장면은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다.
특히, 원스는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처럼 운명적인 만남을 극적인 연출로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두 사람이 음악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감정을 나누면서 천천히 가까워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이 때문에 영화 속 사랑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오며,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음악이 없었다면 이들은 단순한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의 재능을 발견하고,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면서 점점 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한다. 원스는 운명적인 만남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음악이라는 매개체가 만들어낸 특별한 순간임을 보여준다.
2.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들
영화 속 남자와 여자는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지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쉽게 사랑에 빠질 수 없다. 남자는 과거 연인과의 이별로 인해 감정적으로 상처받았으며, 여자는 어린 딸과 함께 살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자는 여자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그녀에게 자신과 함께 녹음을 하자고 제안한다. 그녀는 처음에는 망설이지만, 결국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들은 밤낮으로 함께 곡을 만들고, 마침내 녹음실에서 완벽한 앨범을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깊어지지만, 현실적인 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여자는 남자에게 강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가족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갈등한다. 그녀는 체코에 남편이 있으며, 비록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해졌지만 딸을 위해 가정을 유지하려 한다. 반면, 남자는 그녀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자신의 음악적 꿈을 다시 한번 도전할 용기를 얻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남자는 런던으로 떠나고 여자는 더블린에 남는다. 이들은 사랑을 고백하지도, 함께 미래를 약속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 만든 음악은 영원히 남으며, 서로의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결말은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해피엔딩과 다르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이고 감동적이다. 사랑은 항상 함께하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변화시키고 더 나은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3. 원스가 여전히 명작으로 남는 이유
원스는 개봉 후 17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이번 재개봉을 통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왜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감동을 주는 것일까?
① 진솔한 이야기와 자연스러운 연출
원스는 화려한 특수효과나 극적인 사건 없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배우들이 실제 뮤지션이라는 점도 영화의 진정성을 더해준다.
②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운드트랙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단순한 배경 음악이 아니라, 스토리와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핵심 요소다. 특히, Falling Slowly는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영화의 상징적인 곡이 되었다. 노래 가사는 남자와 여자의 감정을 그대로 반영하며, 이들의 관계를 음악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사례다.
③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는 영화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는 주인공들이 사랑을 이루는 데 집중하지만, 원스는 사랑이 꼭 함께하는 것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짧은 만남 속에서 서로의 인생을 바꾸고, 각자의 길을 선택한다. 이런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원스는 음악이 만들어낸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사랑과 인생의 전환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이번 재개봉을 통해 다시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한때 잊고 지냈던 감정과 꿈을 다시 되새길 기회가 될 것이다.
음악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생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원스. 만약 다시 이 영화를 본다면, 노래 한 곡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